발달장애인의 인권 보장과 사회 참여를 위한 국제적 노력은 지난 수십 년간 크게 발전해왔습니다.
각국의 정책 변화와 국제협약들이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국제 인권 프레임워크와 협약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
2006년 채택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 인권 보호를 위한 가장 포괄적인 국제 법적 문서입니다.
현재 180개국 이상이 비준했으며, 장애인의 자율성, 차별금지, 사회통합, 접근성 등의 원칙을 명시합니다.
사례: 페루의 레나타 사례는 CRPD의 실질적 영향을 보여줍니다.
지적장애를 가진 레나타는 성년후견인제도(guardianship)로 인해 결혼, 투표, 자신의 재산 관리 등의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었습니다.
2018년 페루는 CRPD 원칙에 따라 법률을 개정하여 '지원 의사결정' 시스템을 도입했고, 레나타는 후견인 없이 본인의 삶에 대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2015년 채택된 SDGs는 "누구도 뒤처지지 않게 한다"는 원칙 아래 장애인 포용을 강조합니다.
특히 목표 4(양질의 교육), 목표 8(양질의 일자리), 목표 10(불평등 감소)에서 장애인 포용을 명시적으로 언급합니다.
사례: 방글라데시의 농촌 지역에서는 SDGs 이행의 일환으로 '장애포용적 마을' 프로젝트가 시행되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8세 아동 라힘은 이전에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지만,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학교가 접근성을 개선하고 교사들이 특수교육 훈련을 받게 되면서 교육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방글라데시 전역의 500개 마을로 확대될 예정입니다.
지역별 정책 접근과 사례
유럽 연합
EU는 2021-2030 장애인권리전략을 통해 회원국들의 포용적 정책을 장려합니다. 특히 탈시설화, 포용교육, 고용지원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사례: 스웨덴의 '일상생활 지원법(LSS)'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선진적 정책으로, 개인별 지원인(personal assistant) 제도를 법적으로 보장합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28세 안더스는 이 제도를 통해 자신의 아파트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면서 주 35시간의 개인별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 지원을 통해 그는 대학 과정을 마치고 파트타임 일자리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북미
미국의 장애인교육법(IDEA)과 장애인법(ADA)은 발달장애인의 교육권과 사회참여를 보장하는 주요 법적 장치입니다.
사례: 미국 콜로라도주의 마이클은 다운증후군을 가진 고등학생으로, IDEA에 명시된 '최소제한환경(LRE)' 원칙에 따라 일반 교육과정에 통합되었습니다.
개별화교육프로그램(IEP)을 통해 추가 지원을 받으면서 일반 학급에 참여해 사회성과 학업적 성취를 모두 발전시킬 수 있었습니다. 졸업 후에는 ADA의 고용 보호 조항을 통해 지역 슈퍼마켓에서 직업 코치의 지원을 받으며 일하게 되었습니다.
아시아 태평양
이 지역은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에 있어 다양한 발전 단계에 있습니다.
사례: 일본은 2013년 발달장애인지원법을 개정하여 조기 진단과 평생 지원 체계를 강화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42세 다나카 씨는 이 법을 통해 성인기에 처음으로 진단을 받고, '발달장애인 지원센터'를 통해 사회적 기술 훈련과 직업 코칭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IT 회사에 취업하여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2014년 제정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과 참여권을 강조하며, 생애주기별 지원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주요 글로벌 정책 이슈
탈시설화(Deinstitutionalization)
대규모 시설에서 지역사회 기반 서비스로의 전환은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사례: 몰도바는 CRPD 비준 후 대규모 탈시설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자폐증과 지적장애가 있는 19세 알렉산드루는 15년간 국영 시설에서 생활했으나, 지역사회 기반 그룹홈으로 이전했습니다.
이곳에서 그는 6명의 또래와 함께 살며 더 개별화된 지원을 받고, 지역사회 활동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몰도바는 2025년까지 모든 발달장애인 대규모 시설을 폐쇄할 계획입니다.
법적 능력(Legal Capacity)
많은 국가에서 성년후견제도를 대체하는 지원 의사결정(supported decision-making) 모델로의 전환이 진행 중입니다.
사례: 코스타리카는 2016년 법적 능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후견제도를 폐지하고 '자율 촉진을 위한 지원'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지적장애가 있는 카를로스는 이 새로운 제도를 통해 은행 계좌 개설, 계약 체결, 투표 등을 지원자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라틴 아메리카에서 CRPD 제12조(법 앞의 평등)를 가장 진보적으로 이행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포용적 교육(Inclusive Education)
특수학교에서 통합교육으로의 전환은 많은 국가의 정책 방향입니다.
사례: 포르투갈은 2018년 교육법을 개정하여 모든 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다닐 권리를 보장했습니다.
발달지연이 있는 7세 소피아는 이전에는 특수학교에 다녔으나, 새 법률 시행 후 지역 일반학교로 전학했습니다.
학교는 보조교사 배치, 교육과정 조정, 보조기기 제공 등을 통해 소피아의 통합을 지원했고, 결과적으로 그녀의 학업 성취와 사회적 발달이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도전과 과제
저소득 및 중간소득 국가의 자원 제약
전 세계 발달장애인의 80%가 개발도상국에 살고 있지만, 이들을 위한 자원과 서비스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사례: 가나의 농촌 지역에 사는 자폐아동 콰메의 가족은 수도 아크라에서 300km 떨어진 곳에 살고 있어, 진단과 서비스 접근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세계은행과 가나 정부의 '포용적 발달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보건소 의료인력이 발달장애 선별 및 조기 개입 훈련을 받게 되면서, 콰메는 자신의 마을에서 기본적인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
팬데믹은 발달장애인에게 불균형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사례: 영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봉쇄 기간 동안 발달장애 아동의 86%가 행동 및 정신건강 문제가 악화되었습니다.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12세 에밀리는 팬데믹 전에는 학교와 치료 서비스를 통해 안정적인 일상을 유지했으나, 봉쇄 조치로 이러한 지원이 중단되면서 불안과 자해 행동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이에 영국 정부는 2021년 '발달장애인 코로나19 회복 계획'을 수립하여 원격 서비스 확대와 우선적 대면 서비스 재개를 지원했습니다.
미래 방향과 혁신적 접근
디지털 기술의 활용
기술은 발달장애인의 독립성과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사례: 인도의 '아바즈(Avaz)' 앱은 비언어적 발달장애인을 위한 대체의사소통(AAC) 도구로, 현지 언어로 개발되어 10만 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뭄바이에 사는 비언어적 자폐아동 아딧야는 이 앱을 통해 처음으로 가족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도 정부는 이런 기술 접근성 향상을 위해 '디지털 포용 이니셔티브'를 통해 저소득 가정에 스마트 기기와 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기옹호 운동의 성장
"우리 없이 우리에 관한 것은 없다"(Nothing About Us Without Us) 원칙에 따라,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목소리가 정책 결정에 더 많이 반영되고 있습니다.
사례: 호주의 '우리 스스로 말하기'(Speaking For Ourselves) 네트워크는 지적장애인들이 직접 운영하는 자기옹호 단체로, 정부의 국가장애전략 수립 과정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이 단체의 회장인 지적장애인 사만다는 의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발달장애인의 고용 문제에 대해 증언했고, 이는 2023년 '포용적 고용법' 제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결론
발달장애인의 인권과 사회참여를 위한 글로벌 정책은 지난 20년간 크게 발전했으나,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있습니다.
CRPD와 같은 국제 프레임워크는 각국 정책 발전의 기준점을 제공하고 있으며, 탈시설화, 포용교육, 법적 능력 인정 등의 영역에서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원 제약, 편견과 차별, 서비스 접근성 부족 등의 문제는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여전히 심각합니다.
발달장애인 당사자의 참여 확대, 디지털 기술의 활용, 지역사회 기반 지원 강화 등을 통해 이러한 도전을 해결해 나가는 노력이 계속되어야 할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발달장애인이 더 이상 보호와 돌봄의 대상이 아닌, 권리의 주체로서 인정받고, 자신의 삶에 대한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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